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린 22대 총선의 뒷맛이 개운치 않다. 1992년 제14대 총선 이후 가장 높은 67.0%의 투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유권자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러나 승자가 독식하는 ‘소선거구제의 함정’은 여전했다. 고작 5.4% 더 많은 득표율을 기록한 야당이 무려 71석이나 더 많은 지역구(161석)를 차지해 버렸다. 기형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그렇다고 국회가 할 일이 없는 것이 아니다. 독단·독선·불통의 행정부를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정부가 실추시킨 과학자·의사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지구의 지질시대를 연구하는 세계 지질학계가 우리가 사는 현세(現世)를 지질학적으로 ‘인류세(人類世)’라고 불러야 한다는 제안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국제지질학연합(IUGS)과 국제층서위원회(ICS)가 지난 3월 26일 공동으로 내놓은 결정문에 따르면 그렇다. 지질학적으로 우리는 여전히 농업혁명이 일어났던 1만1700년 전에 시작된 ‘현생누대 신생대 제4기 홀로세’의 ‘메갈라야절’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그렇다고 지질학계가 ‘인류세’의 완전 퇴출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IUGS는 인류세라는 용어가 ‘지구·환경과학자와 사회과학자·
반도체 장비 생산으로 전 세계 반도체 기업에 ‘슈퍼 을’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ASML이 ‘2040년 탈원전’을 선언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지난 정부의 비현실적인 탈원전 정책의 폐지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에 ASML이 엄중한 ‘경고장’을 날렸다는 것이다. 2040년까지 완전한 탈원전을 달성하지 못하면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꼭 필요한 ASML의 극자외선 노광(露光)장비를 납품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야단법석이다. ASML의 ‘2040 탈원전’이라는 오보 ASML이 지난 2월 14일에 공개한 ‘2023 연차보고서’에 ‘20
오는 5월 27일 우주항공청(KASA)이 공식 출범한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우주항공청법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외청으로 설립되는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분야의 기술 개발과 산업 진흥을 전담하고, 항공우주연구원과 천문연구원이 소속기관으로 편입된다. 이미 KAI(한국항공우주산업)가 둥지를 틀고 있는 경남 사천은 본격적인 우주항공복합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꿈에 들떠 있다. 그런데 ‘우주항공산업’을 관리하는 행정기관의 정체성과 역할이 도무지 분명치 않다. 무작정 만들어놓고 보자는 형국이다. 우주 개발은 시대적 당위 우리도 미국의 NA
결국 정부와 의료계의 정면 충돌이 현실화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도는 가볍게 무시하는 보건복지부의 ‘기계적 법 집행’ 엄포는 역부족이었다. 전공의가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섰다. 지난 2월 20일 현재 전공의 1만3000명 중 절반이 넘는 6415명이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실제 근무지를 이탈한 1630명 중 831명에게 정부가 엄중하게 예고했던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의과대학 학생들의 집단휴학·수업거부가 시작됐고, 의대 교수들도 정부의 ‘협박과 불이익’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진료에 차질이 발생
교육부가 ‘교육’과 ‘기술’을 접합한 ‘에듀테크(교육정보기술)’에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고 있다. 화려하게 복귀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야심 차게 밀어붙이는 역점 사업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계에서는 이주호 장관을 ‘에듀테크 열사’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디지털 교과서를 비롯한 에듀테크의 본격적 도입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그런데도 당장 내년부터 학교 현장에 디지털 인공지능(AI) 교과서가 등장한다.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의 일부 과목이 대상이다. 학령 인구가
반려견 복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런데 동물 복제는 아끼던 반려견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펫로스)을 치유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혼란스러운 윤리적 논란과 만만치 않은 비용만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미 무지개다리를 건너가버린 반려견이 동물 복제 기술로 온전하게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복제견의 겉모습이 떠나버린 반려견을 쏙 빼닮았다고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닮은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일부 신체적 특징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복제 과정에서 긴 세월 동안 자신과 함께했던 소중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가 2028학년도부터 수능에서 ‘미적분Ⅱ’와 ‘기하’를 포함한 ‘심화수학’을 빼버리기로 했다. 물론 이번 결정이 단순히 20명의 국교위 위원 중 18명과 교육부총리가 소위 ‘문송이’라서 내려진 것은 아니다.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극복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해서 선택한 궁여지책이다. 과학탐구와 사회탐구에서도 포기해버린 선택과목을 수학에만 남겨두고는 문·이과 ‘통합’의 취지를 살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이 같은 결정에 대해 대한수학회는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심화수학 포기가 ‘명백한 수학 교육 약화 방안
요란했던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이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렸다. 일본이 오염수를 본격적으로 처리·희석·방류하기 시작한 지난 8월 말부터 시작된 놀라운 일이다. 후쿠시마 괴담이 ‘올해의 뉴스’로 꼽히기는 했지만, 이제 우리 해역과 수산물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언론과 소비자가 뒤늦게 괴담의 정체를 알아챈 것이다.초등학교 과학 상식에도 맞지 않는 엉터리 ‘가짜 과학(fake science)’을 만들어낸 장본인인 원자핵공학자부터 자취를 감춰버렸다. 후쿠시마의 오염수가 아무 문제가 없고, 자신은 저녁에 생선
치열했던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 시도가 무산되고 말았다. 정부의 장밋빛 예상은 절망적인 희망 고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애써 왔던 부산 시민의 상심이 크다. 물론 무작정 포기해버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재도전을 위해서는 완전한 새 판이 필요하다. 과연 부산이 세계에 무엇으로 어떤 감동을 줄 것인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신공항에 눈독을 들일 때가 절대 아니다.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부산이 주역이라는 사실은 절대 잊지 않아야 한다. 국력 과시가 엑스포의
킬러 문항 배제 방침 때문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수능이 끝났다. 9년 8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교육부 장관을 공개적으로 질책할 정도로 대통령을 격노하게 만들었던 ‘교육부식’ 킬러 문항은 없었다. 혀를 찰 정도로 난해한 지문도 없었고, 지나치게 꼬인 문제도 없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고작 6줄짜리 ‘괴물’이 등장했다. 미적분의 22번이다. 오답률이 98%를 넘을 정도로 어려웠다. 미적분의 29번과 30번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올해 수능은 만점자가 한 명도 없는 ‘역대급 불수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체불명의 ‘킬러 문항’
대구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시작된 빈대(bedbug) 출현 소식에 전 국민이 화들짝 놀라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서울을 비롯한 전국 17개 시도에서 30건의 빈대 발견 신고가 보건소에 접수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KTX와 지하철을 이용하던 승객이 코트에 붙어있는 빈대를 보았다는 목격담을 담은 온라인 신고도 있었다. 이제는 빈대가 다중 이용시설인 기숙사·사우나·고시원을 넘어서 전국적으로 퍼져버렸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빈대의 등장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프랑스·영국·미국의 이야기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빠르게 번지는
교육부가 2028년부터 적용하는 ‘대학입시 개편안’의 시안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가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맞도록 만들었다는 ‘통합·융합형 수능’이 핵심이다. 이에 따르면 수능의 ‘선택과목’을 완전히 폐지한다.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와 불공정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고, ‘세부 교과 사이의 벽’을 허물어서 ‘융합적 학습’을 유도하도록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한다. 고교학점제를 무시한 수능 그런데 반응이 차갑다. 서울시교육청이 즉각 반발했다. 고교학점제의 시행에 따른 고교 교육 정상화의 취지를 완전히 외면해 버렸
올해 노벨상 계절은 유난히 조용했다. 여성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는 소식 정도가 고작이었다. 실제로 노벨상이 주어지는 6개 분야 중 4개(생리의학상·물리학상·경제학상·평화상)가 여성에게 돌아갔고, 11명의 수상자 중 4명이 여성이었다. 생리의학상의 카탈린 카리코(헝가리), 물리학상의 앤 륄리에(프랑스), 경제학상의 클라우디아 골딘(미국), 나르게스 모하마디(이란)가 올해 노벨상의 영광을 차지한 여성들이다.그런데 노벨상에 대한 언론의 관심도 차가웠다. 문학상의 욘 포세(노르웨이)와 평화상을 받은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는
학령인구 감소·의대 쏠림·대학 해체의 삼각파도에 시달리는 전국의 대학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주호 장관이 교육부로 되돌아온 이후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개혁안’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완전히 뜯어고쳤고, 지방 대학들은 정체도 불확실한 ‘라이즈 체계’와 ‘글로컬대학 30’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대학의 안과 밖에서 ‘칸막이’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느닷없이 내놓은 혁명적인 ‘수능 개편안’을 수용할 준비도 해야 한다.교육 현장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시도는
교육부가 숨진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계기로 열렸던 ‘공교육 멈춤의 날’ 집회에 참여한 교사들에 대한 징계 입장을 철회했다. 천만다행이다. 지지부진한 진상 규명에 분노한 교사들과의 정면충돌을 예고했던 교육부가 마지막 순간에 정신을 차린 것이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지금도 교권을 잃어버린 교사들이 생존을 위해 처절히 절규하고 있다. 학생·학부모의 갑질과 교권 보호를 포기해버린 무책임한 교육행정이 여전하다는 뜻이다.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공교육의 현실은 충격적이고 절망적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모욕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2024년도 주요 R&D(연구개발) 예산을 전년 대비 13.9%(3조4000억원)가 삭감된 21조5000억원으로 의결했다. 2016년도의 0.4% 삭감(550억원) 이후 8년 만의 첫 예산 감축이다. 기재부가 교육부를 통해 집행하는 일반 R&D 예산을 올해와 같은 수준(6조1300억원)으로 유지하더라도 과기부가 집행하는 주요 R&D 예산(24조원)을 포함해 전체 국가 R&D 예산은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뜻이다.국가연구개발 예산의 감축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지난
벤처기업 퀀텀에너지가 개발한 ‘LK-99’라는 ‘상온 초전도체’를 전 세계 과학계가 주목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제 노벨상은 떼어놓은 당상이고, 곧 5830조원의 경제적 가치도 손에 쥐게 될 것이라고 한다. 뜨겁게 달아오른 언론과 인터넷에 따르면 그렇다. 깃털처럼 가벼운 증시도 널뛰듯 출렁거리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이 허풍이라는 정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상온 초전도체와 노벨상초전도체는 노벨상의 보고(寶庫)다. 섭씨 영하 269도의 액체 헬륨을 만들어서 수은의 극저온 초전
환경부가 4대강의 16개 보(洑)를 모두 존치하고 운영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보·공주보·죽산보를 해체하고, 백제보·승촌보를 상시 개방하기로 했던 2021년의 결정을 완전히 뒤집겠다는 것이다.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을 핑계로 내세웠던 지난 정부의 정책 결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공개에 따른 결정이다. 이제 국가물관리기본계획도 수정하고, 환경부의 물관리정책실장에 다시 국토부 출신을 임명한다. 그동안 멈춰 세웠던 댐 신설과 지천·지류의 준설 등을 포함한 ‘포스트 4대강 사업’도 본격적으로 재개할 모양이다.
대체 감미료 아스파탐이 ‘인체발암 가능물질’(2B군)로 분류된다고 떠들썩하다. 아스파탐의 인체 발암성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나중에라도 발암성이 확인되면 어쩔 것이냐는 우려도 괜한 것이다. 인체 발암성이 분명하게 확인된 술·담배·가공육·젓갈·햇빛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어쩌다 즐기는 소량의 아스파탐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것은 명백한 자가당착이다.국제암연구소(IARC)의 메시지는 소비자가 아니라 전문가·정부를 위한 것이다. 전문가·정부가 아스파탐의 인체 발암성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요구다. 그래서